- 2008/08/02 Seashore 0.1.9 한글화 파일 by 野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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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내가 원주에서 광주로 이동해야 한다고 치자. 단순히 빨리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속터미널에서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편하게, 한방에 광주까지 가면 된다. 그러나 만약, 기차를 타는 것이 목적이라면 원주에서 제천으로, 다시 제천에서 대전으로, 또 다시 서대전에서 광주로 갈아타고 기다리며 이동하면 된다. 남이 빨리 가겠다는데 기차를 타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고, 내가 기차로 가겠다는데 굳이 터미널로 끌고 가서 버스표를 쥐여줄 이유도 없다. 그냥 저 좋은 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니냐.
맥과 윈도의 끝나지 않는 싸움에서도 마찬가지다. ActiveX 써야 하고, 카트라이더도 하고 오캔을 써야겠다면 편하게 윈도 머신을 사서 쓰면 된다. iLife 써야 하고, iWork 쓰고 싶으면 그냥 맥을 사서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에 가는 것과 맥을 쓰는 것 사이에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아니, 아주 크게 다른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맥에서도 윈도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약간의 꼼수를 쓰면 둘러둘러 기다리며 가지 않아도 기차를 타고 한번에 광주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맥에서 윈도가 돌아가는게 뭐 어때서? 뭐 어떤 수준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예쁜 맥에서도 윈도가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되었다. 혹자는 "맥에서 윈도가 되니까 윈도만 쓰겠다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냐"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맥에서 윈도를 쓸 바에야 더 값싼 윈도 머신을 사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누군가는 예쁜 껍데기를 원하고, 누군가는 또 똑같이 예쁜 알맹이를 원하는 것이다.
둘 다 옳은 말일까? 그렇지 않다.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수단보다는 목적을 중요시함이 정상적이다. 즉, 윈도를 쓸 바에야 윈도에 맞춰서 만들어진 윈도 머신을 사면 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굳이 더 비싼 맥을 사서, 또 한참 삽질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고사상을 거하게 차려놓았는데 굳이 청요릿집에 배달을 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고사가 끝나면 고사상에 올린 음식을 먹으면 되는데, 굳이 나가서 외식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만물은 자기 생김새대로 쓰일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부자유를 추구함은 무언가 큰 것을 담보로 한 모험이다. 물론, 자신이 geek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맥에서 맥도 쓰고 우분투도 쓰고 윈도도 쓰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모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목을 달리 말하자면 "애플교 신자의 신앙고백"이지.)